나는 입장권이 필요하다. 어디로 입장하는 입장권일까? 개발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에세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운 좋게 문예지 ‘군조’에서 신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소설가의 세계로 들어갈 입장권이 생겼다고 말이다. 만약 그 소설이 신인상을 받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소설가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물론 만약이겠지만..) 하지만 자명한 사실이다. 신인상이라는 타이틀은 하루키가 더는 이전의 삶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일종의 방아쇠가 된 것이다. 그는 그 상을 계기로 소설가의 세계에 발을 비교적 쉽게 내디뎠다.
그가 말했던 입장권이 나도 필요하다. 현재 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혼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준비 중이지만 방향이 정확한지 모르겠다. 점점 흥미가 떨어지는 것 같아 두렵기도 하다.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살렸더라면 영업관리, 마케팅 따위 직무를 가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직무에 가고 싶지 않았다. 뭔가 내가 주도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한 번뿐인 인생(아직까진 한 번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삶이라면 순간순간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러다, 한 켠에 가지고 있던 개발자라는 직업에 도전해야겠다 싶었다.
물론 소설처럼 자고 일어나서 “나는 개발자가 될 거야” 라고 생각한 건 아니다. 내 나름의 도전과 실패도 있었다. 처음은 개발자가 아니라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당시에 이 둘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이 둘을 구분했다). 한창 4차 산업혁명으로 온 세계가 떠들썩하던 상황에 나도 데이터를 분석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상당히 막연했지만 돌아보면 ‘데이터 속에는 사람의 심리가 있다’는 말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말로만 떠들었던 건 아니다. 당시 학교에서 주최한 교육에 참여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 9시부터 18시까지, 8주 동안 진행되는 교육이었다. 꽤나 힘들었다. 난 모집 포스터를 봤을 때, 내 마음엔 “이거다!” 싶었다. 문과인 나도 이 교육을 들으면 빅데이터 전문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쉽게 못 들어가는 놀이공원에 들어갈 입장권을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랄까.. 그게 입장권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국비지원으로 이루어진 교육은 생각보다 질이 좋지 않았다. 짧은 기간에 너무나 많은 기술을 배웠다. 수박 겉핥기식이었다. 게다가 교육 초반에 가르쳐준 강사님의 교육방식은 지루했다. (강사가 2명이었다) 직접 가르치는 게 아니라 책을 보면서 따라 하셨다. 그 수업을 들으면서 흥미가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포기하는 성격은 아니라 꾸역꾸역 다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했던 입장권을 얻지 못했다.
길게 이야기를 돌아왔다. 현재 내가 필요한 입장권은 개발자 세계로 들어갈 입장권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정확한 방향과 훌륭한 커리큘럼으로 나를 성장시켜줄 교육기관이 필요하다. 그곳에서 역량을 쌓아야 개발자를 업으로 삼을 수 있다. 지금까진 혼자 공부했더라도 이제는 교육기관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은 교육기관은 아무나 받지 않는다. 테스트도 보고 학생들을 선별한다. 이 기회를 놓치면 나의 개발자의 꿈은 확실히 지연될 거 같다. 긴장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 글은 나에게 쓴 다짐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