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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실존을생각한다2

요즘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는다. 로캉탱이라는 주인공이 구토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들이 등장한다. 아직 소설을 다 읽진 않았지만, 자신의 실존에 대해서 생각하면 허무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오래된 책이다. 고전이라 말할 수 있다. 예전에는 고전이라 하면 왠지 어렵다고만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 채사장씨가 말했다. “고전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책을 읽을만한 경험이 쌓이면 읽을 수 있다”고 말이다. 요즘 들어 이 말에 공감한다. 예전엔 안 읽혔던 구토가 읽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부모를 선택하지 않는다. 눈을 뜨니 부모님이 정해져 있고 내 국가, 도시가 정해져 있다. 그 순간부터 삶을 살아간다. 치열하게 삶을 살아간 뒤 삶의 마지막 순간에는 항상 시간이 빠르구나! 느끼며 마감할 것이다. 경험해보지 않는 미래지만 나는 어떻게 이 과정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 죽음이란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비록 경험해보지 않아도 삶이 마무리되고 잊혀진다는 것.. 뭔가 슬프다.

그럼 존재의 목적은 무엇일까. 물컵은 물을 담기 위한 본질을 위해 만들어진다. 의자는 사람이 앉기 위한 본질을 위해 만들어진다. 그럼 사람은? 어떤 본질이 있을까? 본질이라는 말이 어려우니 삶의 이유라고 말하겠다. 누군가 내가 태어나는 순간에 너는 이러한 이유로 태어났고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 말해주지 않았다. 그냥 살아갈 뿐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니 부딪히며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은 사물과 다르게 실존이 본질을 앞서는 것 같다. 사르트르의 이 말을 내가 100% 이해하고 쓰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 질문의 답을 얻을 수 있었던 순간이 있었다. 30일 동안 유럽 8개국 캐리어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캐리어를 들고 떠난 거라 배낭여행이라 할 수 없어 캐리어여행이라 부른다. ㅎㅎ 낯선 유럽땅에서 더위에도 지치고, 혼자라서 외롭기도 한 여행이었다. 누군가는 나를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하지만 나에겐 해당되지 않았다. 단지 힘들었다. 그리고 “누가 여행 어땠어?”라고 물었을 때 나는 “사람 사는데 다 똑같더라고”라고 한줄평을 남기곤 했다. 끽해야 30일 다녀온 사람이 몇 년 산 것처럼 이야기하는 게 웃기기도 하지만 내가 느낀 건 그랬다. 나에겐 외국이지만 현지인에게는 그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알프스를 매일 보더라도, 화려한 에펠탑의 야경을 매일 보더라도, 그들에게는 일상이기 때문이다. 그걸 느끼니 왠지 사람 사는데 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감상을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닌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보자. 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생각에 잠겼다. 30일 여행 간다고 했을 때 참 길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15일 정도 남았을 때도 아직 많이 남았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느새 귀국하는 비행기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항상 나를 끝으로 데려가는구나. 나는 그 순간마다 어느새, 벌써라는 말을 하며 시간의 빠름을 느끼겠지. 그럼 결국 이 삶 또한 끝이 올 텐데, 그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순간에 집중해야 하구나. 어차피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니 그 순간마다 최선을 다한다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허무감을 느꼈던 내가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현재에 집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야 후회가 남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다시 아자자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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